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쫘니아빠 건강일지

회식 풀코스 먹고 10km 뛴 날

by 쫘니아빠-ver2 2026. 7. 19.

7월 9일, 43일차. 점심부터 심상치 않았다. 향어회, 송어회, 튀긴 고구마, 매운탕에 밥 한 공기. 직장 회식이었는데 차마 안 먹을 수가 없었다. 배가 불러도 너무 불렀다. 그날 저녁 소양강변에 러닝화를 신고 나갔다. 먹은 걸 생각하면 쉬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이상하게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결과는 10km 완주, 페이스 6분 1초였다.

회식 후 러닝, 나가기 전 10분이 제일 힘들다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앉는 순간 몸이 굳었다. 배가 불렀고 몸이 무거웠다. 러닝 나갈 준비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합리화가 시작됐다. 오늘은 많이 먹었으니까 쉬어도 되지 않나, 내일 두 배로 뛰면 되지 않나. 이 생각이 드는 순간이 제일 위험한 순간이라는 걸 43일 동안 배웠다. 내일 두 배로 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러닝복으로 갈아입는 데 10분이 걸렸다. 갈아입고 나면 나가는 건 이미 결정된 거다. 그 10분이 제일 힘든 거지, 실제로 달리기 시작하면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소양강변으로 내려가면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가기 전엔 맑았는데 바뀐 거였다. 그냥 달렸다. 비 때문에 돌아가면 또 소파로 직행이니까.

회식 후 몸 상태, 달리면서 느낀 것들

첫 1km부터 달랐다. 배가 출렁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과식 후에 달리면 소화 중인 위장이 흔들려서 옆구리가 결리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올 수 있다. 그날은 옆구리까지는 안 왔는데 배가 묵직했다. 2km쯤 됐을 때 심박이 평소보다 빠르게 올라왔다. 몸이 소화와 운동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심장이 더 바쁘게 뛰는 거였다.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낮췄다. 버티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끝까지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5km를 지나면서 배의 묵직함이 조금 가라앉기 시작했다. 몸이 적응한 건지 위장이 어느 정도 비워진 건지 모르겠지만 달리기가 조금 편해졌다. 8km부터는 거의 평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회식 풀코스를 먹은 날치고는 선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 6분 1초, 칼로리 897kcal. 먹은 것보다 훨씬 적게 태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회식 후 러닝, 숫자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완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든 생각이 있었다. 오늘 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회식을 핑계로 쉬는 게 한 번 되면, 다음 회식 때도 쉬게 된다. 그다음엔 야근했을 때도, 비 올 때도, 피곤할 때도. 핑계는 항상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 회식 후에 10km를 완주했다는 사실이 페이스 기록보다 더 크게 남은 이유가 거기 있다. 이날 이후로 회식이 러닝을 건너뛰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신 날은 다르다. 음주 후 러닝은 심박을 과도하게 올리고 탈수를 유발해서 몸에 좋지 않다. 그날은 술 없이 음식만 먹은 회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조건 뛰라는 얘기가 아니라, 뛸 수 있는 조건이라면 핑계 대지 말라는 얘기다. 43일 동안 내가 지켜온 원칙이 그거였다. 오늘 뛰지 않으면 내일도 뛰지 않는다.

비 타이밍이 예술이었던 그날 밤

그날 한 가지 더 있었다. 소양강변으로 내려갈 때 보슬비가 내렸다. 우중런인가 싶었는데,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비가 딱 그쳤다. 10km를 뛰는 내내 비가 안 왔다. 강바람이 불고 습한 공기가 오히려 더위를 잡아줘서 달리기 좋은 컨디션이었다. 완주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만 딱 그쳐 있었다. 우연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 뛰길 잘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회식 풀코스에 보슬비까지, 어떻게 보면 최악의 조건이었는데 10km를 완주했다. 43일 동안 달리면서 이런 날들이 쌓여서 지금의 126km가 됐다. 완벽한 날에만 달리면 러닝은 취미가 아니라 이벤트가 된다. 불완전한 날에도 나가는 게 루틴이다.

직장인이 회식 후 운동을 이어가는 현실적인 방법

회식이 있는 날 러닝을 유지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던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회식 전에 달릴 계획을 미리 세운다. 오늘 회식 있으니까 달리지 말까가 아니라, 오늘 회식 있으니까 집에 오면 바로 나간다로 생각을 바꿔두는 거다. 귀가하면 소파에 앉지 않는다. 앉는 순간 끝이다. 옷 갈아입는 것만 목표로 잡는다. 달리는 거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데, 일단 러닝복으로만 갈아입자고 생각하면 훨씬 쉽다. 거리 목표를 낮춘다. 회식 후에 10km를 목표로 잡으면 부담이 크다. 5km만 뛰고 오자고 나갔다가 몸이 괜찮으면 10km로 늘리는 방식이 낫다. 그날도 처음엔 5km만 생각하고 나갔다. 결국 10km를 뛰었다. 회식이 있는 날 쉬는 것도 선택이다. 다만 쉬는 이유가 몸이 안 좋아서인지, 그냥 귀찮아서인지는 솔직하게 구분해야 한다.

회식 후 10km. 페이스는 6분 1초였고 칼로리는 897kcal였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날 밤 소양강변에 나갔다는 사실이다.

 

40화에서는 다이어트 중 체중이 멈춰버렸을 때 실제로 어떤 감정이 오는지, 그 구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써볼 예정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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