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주말이 좀 무서웠다. 아들이 나가자고 조르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부터 계산했다. 놀이터 한 바퀴, 공원 산책, 킥보드 따라가기. 전부 아빠 체력 테스트였는데 매번 낙제점이었다. 43일이 지난 지금은 그 계산을 안 한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체력 딸리던 아빠, 주말이 무서웠다
아들이 네 살 때부터 킥보드를 탔다. 처음엔 비틀비틀하더니 금방 속도가 붙었다. 문제는 속도가 붙은 쪽이 아들뿐이었다는 거다. 아들이 앞으로 쭉 나가면 나는 뒤에서 "천천히!"를 외쳤다. 아빠다운 안전 교육처럼 들리지만 솔직히 말하면 못 따라가는 거였다. 50미터만 뛰어도 종아리가 뻐근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찼다. 공원 한 바퀴가 700미터도 안 되는데 그걸 다 돌고 나면 벤치에 앉아서 쉬어야 했다. 아들은 아직 에너지가 넘쳐서 한 바퀴 더 돌자고 했고, 나는 "이따가"를 반복했다. 이따가는 대부분 안 됐다. 그냥 집에 들어갔다. 그게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드니까, 체중이 있으니까, 일하고 나면 피곤하니까. 핑계는 늘 풍성했다.
체력 딸리던 아빠, 변화가 시작된 시점
러닝을 시작하고 3주쯤 됐을 때였다. 그날도 아들이 킥보드 타러 나가자고 했고,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게 먼저였는데 그냥 나갔다. 아들이 앞으로 치고 나가길래 이번엔 그냥 따라 달렸다. 50미터를 지나도 숨이 차지 않았다. 100미터. 공원 코너를 돌았다. 여전히 괜찮았다. 아들이 뒤를 돌아보더니 "아빠 왜 이렇게 빨라?"라고 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빨라진 게 아니라 전에 너무 느렸던 거지만, 아들 눈에는 아빠가 달라 보인 거였다. 그날 공원을 세 바퀴 돌았다. 전에는 한 바퀴도 쉬어야 했는데. 집에 들어오면서 아들이 "오늘 아빠랑 재밌었어"라고 했다. 그 한마디가 그날 소양강변 10km보다 더 크게 남았다.
체력이 붙으니 야외활동 자체가 달라졌다
요즘 주말에 아들이 나가자고 하면 계산을 안 한다. 그냥 신발 먼저 신는다. 예전엔 어디 가면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는지를 미리 따졌다. 지금은 그냥 간다. 아들이 뛰면 같이 뛰고, 언덕이 있으면 같이 올라간다. 지난 주말에는 하천 산책로를 왕복으로 걸었는데 40분 넘게 걸었다. 예전 같으면 중간에 아들 핑계 대고 돌아왔을 거리다. 아들이 지쳐서 안아달라고 했을 때 번쩍 들고 10분을 더 걸었다. 90kg일 때는 아들 안고 계단 두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찼는데. 체력이 생기면 생활이 달라진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는데, 아들 안고 걸으면서 그게 뭔지 처음으로 몸으로 이해했다. 야외활동이 의무에서 즐거움으로 바뀐 게 체중계 숫자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변화다.
체력 변화, 숫자보다 일상에서 먼저 보인다
43일 동안 달리면서 체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숫자로 설명하면 이렇다. 첫날 페이스가 5분 50초대였는데 지금은 5분 20초대까지 올라왔다. 누적 거리 126km. 이 숫자들이 내 체력 변화를 증명해 주긴 한다. 근데 솔직히 이 숫자들보다 더 정확하게 체력 변화를 보여주는 건 아들이다. 아들이랑 얼마나 오래 놀 수 있는지, 중간에 벤치를 찾는지 안 찾는지, 아들이 안아달라고 했을 때 바로 들 수 있는지. 이런 게 진짜 체력계다. 저울은 숫자를 재고, 앱은 페이스를 재지만 아들은 오늘 아빠의 실제 체력을 잰다. 그리고 요즘 그 시험을 통과하는 날이 늘고 있다.
체력 딸리던 아빠가 달라지는 데 필요한 것
거창한 게 아니었다. 헬스장 등록도 안 했고 PT도 안 받았다. 소양강변을 밤에 혼자 달린 게 전부다. 5km부터 시작해서 10km, 15km로 거리를 늘렸고 체중이 7.5kg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그 가벼워진 몸이 주말 야외활동으로 그대로 연결됐다. 운동의 효과가 러닝 앱 안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아들이랑 보내는 시간 안에서도 나타난다는 걸, 43일이 지나고 나서야 실감했다. 아직 목표 체중까지 4.5kg이 남았다. 근데 그 숫자보다 아들이랑 더 멀리, 더 오래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 것에 더 기대가 된다. 다이어트의 이유가 처음엔 체중계 숫자였는데, 지금은 주말 야외활동이 됐다. 그것만으로도 43일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체력은 저울에 안 찍힌다. 근데 주말 야외활동에서는 정직하게 찍힌다.
36화에서는 러닝화 고르는 법을 써볼 예정이다. 처음 살 때 뭘 봐야 하는지, 발볼 넓은 사람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실사용 기준으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쫘니아빠 건강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름 낮 러닝, 페이스가 1분 무너진 이유 (0) | 2026.07.15 |
|---|---|
| 통증의 원인? 신발끈이 범인이었다! (0) | 2026.07.15 |
| 통풍약 두 달 먹어보니 솔직후기 (0) | 2026.07.12 |
| 통풍 진단 받던 날 병원 이야기 (0) | 2026.07.11 |
| 다이어트 6주차 몸의 변화 총정리 (0) | 202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