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 폼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 거창하게 생각한다. 착지 방식, 팔 스윙 각도, 상체 기울기. 유튜브 검색하면 전문 코치가 슬로우모션 영상으로 설명하는 게 수두룩하다. 근데 나는 그런 거 하나도 안 봤다. 그냥 달렸고, 앱이 숫자를 찍어줬고, 그 숫자를 읽으면서 폼이 조금씩 잡혔다. 오늘은 케이던스라는 숫자 하나가 내 러닝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케이던스가 뭔지 몰랐던 초보 러너 시절
처음 나이키런클럽 앱 기록 화면을 봤을 때 케이던스라는 항목이 있었다. 숫자가 177이었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몰라서 그냥 넘겼다. 페이스랑 거리만 보고 앱을 껐다. 케이던스가 뭔지 찾아본 건 한참 뒤였다. 1분에 발이 몇 번 지면에 닿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였다. 양발을 합친 횟수다. 러닝 커뮤니티에서 많이 언급되는 기준이 분당 170보 이상이다. 170 이하면 보폭이 과도하게 넓다는 신호인데, 보폭이 넓으면 발이 몸 앞쪽으로 너무 나가서 착지할 때 충격이 무릎으로 바로 전달된다. 반대로 케이던스가 너무 높으면 종종걸음처럼 달리게 돼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180 전후가 이상적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이건 체형이나 신장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나는 이 숫자를 알고 나서 달릴 때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게 달라진 출발점이었다.
케이던스 168~177, 18회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43일 동안 18번을 달리면서 케이던스가 찍힌 기록들을 쭉 보면 168에서 177 사이에 분포한다. 회차별로 조금씩 다른데 패턴이 있다. 10km 이상 장거리를 달린 날은 케이던스가 168~169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5km 단거리를 달린 날은 176~177로 올라간다. 거리가 길어질수록 피로가 쌓이면서 보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거다. 특이한 건 7월 4일 28도 낮 더위 러닝에서 케이던스가 168로 찍혔다는 거다. 그날 페이스도 6분 31초로 많이 밀렸는데, 더위 때문에 몸이 힘들어지면서 폼 자체가 무너진 거였다. 케이던스가 낮아지는 날은 대부분 페이스도 같이 떨어졌다. 이게 연동돼서 움직인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했다. 반대로 7월 2일 5km 스퍼트런에서 케이던스 176, 페이스 5분 22초로 최고 기록이 나왔다. 짧게 달리면서 리듬이 딱 맞았던 날이었다. 케이던스는 폼의 결과이고, 폼은 컨디션의 반영이다. 이 숫자 하나에 그날 몸 상태가 다 담겨 있었다.
케이던스를 높이려고 일부러 한 것들
케이던스를 올리겠다고 뭔가 특별한 훈련을 한 건 아니다. 딱 두 가지만 바꿨다. 첫 번째는 보폭을 줄이는 것. 빨리 달리려는 본능이 보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하는데, 그걸 의식적으로 억제했다. 발이 몸 아래에 착지하는 느낌을 만들려고 했다. 발이 몸보다 앞에 떨어지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달리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팔 스윙 리듬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 팔과 다리는 연동돼서 움직이기 때문에 팔 스윙이 빨라지면 케이던스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것도 의식적으로 한 게 아니라 오디오 가이드 런에서 코치가 팔 얘기를 한 번 해줬는데 그게 남아서 달릴 때 팔에 신경을 쓰게 됐다. 딱 이 두 가지다. 전문적인 드릴 훈련 같은 건 없었다. 43일 동안 꾸준히 달리면서 몸이 알아서 조금씩 효율적인 방향을 찾아간 거라고 생각한다. 케이던스가 168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줄어든 게 그 증거다.
통풍 환자한테 케이던스가 중요한 이유
케이던스가 낮으면 보폭이 넓고, 보폭이 넓으면 착지 충격이 크다. 착지 충격이 크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어난다. 통풍은 관절에 요산 결정이 쌓이는 병이라 관절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는 게 좋지 않다. 그래서 케이던스 관리가 일반 러너보다 더 중요하다. 170 이상을 유지하면 착지 충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무릎과 발목에 가는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43일 동안 발작 없이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케이던스가 적절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케이던스만이 이유는 아니다. 체중이 7.5kg 줄면서 관절에 가는 하중 자체가 줄어든 것도 크다. 82.5kg인 지금과 90kg이었던 43일 전을 비교하면, 착지할 때마다 관절이 받는 무게가 다르다. 다이어트와 케이던스 관리가 같이 맞물리면서 관절을 지켜온 셈이다. (케이던스 데이터가 찍히는 나이키런클럽 앱 활용법이 궁금하면 → 37화 "나이키런클럽 앱, 거리만 재기엔 아깝다" 참고)
케이던스 말고 폼에서 달라진 것들
숫자 말고 몸으로 느끼는 변화도 있다. 처음 달릴 때는 10km가 끝나고 나면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종아리가 굳어 있었다. 지금은 10km를 뛰고 나서도 종아리보다 허벅지 쪽에 피로가 더 남는다. 착지할 때 충격을 종아리가 받던 게 허벅지와 엉덩이로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게 폼이 조금 잡혔다는 신호다. 호흡도 달라졌다. 처음엔 3km만 달려도 입으로 헐떡였는데, 지금은 5km까지는 코로 호흡이 유지된다. 체중이 줄어서 심폐 부담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폼이 효율적으로 바뀌면서 같은 페이스에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 것도 있다. 달리기 폼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쌓인다. 43일 동안 126km를 달리면서 내 몸이 스스로 찾아낸 방식이다.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계속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폼은 배우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다. 일단 달려라. 케이던스는 나중에 따라온다.
39화에서는 회식 풀코스를 먹고 그날 밤 소양강변 10km를 완주한 날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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