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까지만 해도 건강으로 걱정 따윈 하지 않던 내가, 2026년 봄 체중계 위에서 90kg을 마주했다. 키 179cm에 몸무게 90kg. 소화도 안 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등산, 서핑, 스노우보드, 러닝을 즐기던 사람이 계단 오르기도 버거운 몸이 돼 있었다. 마흔이 코앞인데 이게 내 현실이었다. 도대체 어쩌다 아빠 ver 1.0은 이렇게 망가진 걸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아빠 ver 1.0 망가짐의 시작 - 아들이 태어났다
2022년 아들이 태어났다.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동시에 내 모든 취미활동이 완전히 멈춘 날이기도 했다. 신생아를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전쟁이었다. 밤새 울어대는 아이, 두세 시간씩 쪼개지는 수면, 육아와 직장을 동시에 병행하는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말마다 산을 오르고 바다에 나가던 시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란다에 가득 쌓여있던 아웃도어 장비들이 하나둘 중고거래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등산화가 먼저 나갔고, 낚싯대가 뒤를 따랐다. 서핑보드는 차에 싣기도 힘들어서 가장 먼저 정리했고, 스노우보드도 결국 팔았다. 신기하게도 골프채만 살아남았다. 이유가 있었다. 골프 연습장은 혼자 갈 수 있고, 1~2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이 재운 뒤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지하 연습장에서 혼자 공을 치며 멍하니 스윙하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 더 일찍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취미부자였던 사람이 골프채 하나만 붙잡고 버티는 아빠가 된 거다. 누군가는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근데 직접 겪어보면 안다. 육아 초반엔 내 시간이 1도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아빠 ver 1.0 망가짐의 결정타 - 두 달간의 맥주
취미가 사라진 자리에 맥주가 들어왔다. 아이 초반 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맥주를 2캔씩 마셨다. 아이가 겨우 잠든 밤 11시,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캔을 따는 것이 그날의 유일한 보상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그 두 달이 몸을 완전히 바꿔놨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발이 불덩이처럼 부어 있었다. 통풍이었다. 처음엔 자다가 발목을 삔 줄 알았다. 병원에서 들은 설명은 충격이었다. 맥주를 집중적으로 마시면 요산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고, 그게 관절 안에 결정처럼 쌓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맥주가 통풍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식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걷는 것조차 힘든 통증이었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관절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걸 실감했다. 그런데도 바로 바뀌진 않았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또 한 캔 따게 되는 게 인간이다. 야식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세 번은 야식을 시켜 먹었다. 운동은 없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먹는 건 늘고. 이 공식의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아빠 ver 1.0의 최후 - 90kg이 말해준 것들
결정적인 계기는 체중계였다.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가 90kg을 가리켰다. 숫자 자체보다 그날의 몸 상태가 더 충격이었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제대로 안 됐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기 싫었고, 퇴근하면 무기력증이 밀려왔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20대에 등산하고 서핑하고 스노우보드 타던 사람이, 계단 몇 개 오르는 것도 버거운 몸이 돼 있었다. 마흔이 코앞인데 이대로면 진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한테 배만 나온 아빠, 조금만 뛰어도 숨찬 아빠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커서 같이 산도 오르고, 바다에도 가고 싶었다. 그게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특별한 식단도 아니고, 헬스장 등록도 아니었다. 일단 먹던 것의 70~80%만 먹기. 야식 완전히 끊기. 맥주는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러닝. 딱 이것만. 지속 가능하게, 무리하지 않게. 아빠 ver 2.0 업데이트가 그렇게 시작됐다.
2화에서는 90kg 아빠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바로 그날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써볼 예정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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