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쫘니아빠 건강일지

뛰는 동안만 비가 그쳤다, 소양강 야간런

by 쫘니아빠-ver2 2026. 7. 21.

7월 9일 밤, 소양강변으로 내려가면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중런인가 싶었다. 그냥 달리기로 했다. 돌아가면 그날 러닝은 없는 거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비가 딱 그쳤다. 10km를 뛰는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안 왔다. 완주하고 쿨다운 걷기를 시작하는 순간 다시 비가 내렸다. 달리는 동안만 정확하게 멈춰 있었다.

비 오는 날 러닝,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비 오는 날 러닝을 나갈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이 제일 아깝다. 그 시간에 이미 나갔으면 1km는 달렸다. 그날도 집에서 나가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보슬비였는데, 보슬비라고 무시하다가 장대비로 바뀌면 낭패니까.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큰 비는 아니라고 했다. 그냥 나갔다. 비를 맞으면서 달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안 나가면 그날 하루가 찝찝하게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54일 동안 러닝을 이어오면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거다. 완벽한 날씨를 기다리면 달릴 날이 없다. 춘천 소양강변은 여름에 변덕이 심하다. 맑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오고, 흐렸다가 금방 개기도 한다. 그 변덕에 맞춰서 달릴 날을 고르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나가는 수가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폭우가 아닌 이상 그냥 나가기로 했다. 비는 맞으면 그만이고, 러닝화는 빨면 된다.

보슬비 속 소양강변, 달리면서 느낀 것들

달리기 시작하고 1km쯤에 비가 그쳤다. 처음엔 잠깐 그치는 건 줄 알았다. 2km, 3km를 지나도 비가 안 왔다. 강바람이 불고 습한 공기가 더위를 잡아줘서 오히려 달리기 좋은 컨디션이었다. 여름 야간런에서 제일 힘든 게 열기와 습도인데, 비가 한 번 훑고 간 직후라 기온이 내려가 있었다. 페이스가 자연스럽게 안정됐다. 평소 더운 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달렸다. 소양강변 야경이 빗물에 반사되는 게 생각보다 예뻤다. 혼자 달리면서 이런 걸 발견하는 순간이 야간런의 묘미다. 낮에는 절대 못 보는 장면들이 밤 소양강에 있다.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일렁이는 거, 다리 위에서 보이는 춘천 야경. 이 맛에 야간런을 고집하는 거기도 하다. 그날 밤은 거기에 빗물 냄새까지 더해져서 달리는 내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10km 완주하고 걷기 시작했더니 다시 비

9km를 지나면서 슬슬 완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10km 완료 알림이 앱에서 울렸다. 페이스 6분 1초, 칼로리 897kcal. 회식 풀코스를 먹은 날치고 선방이었다. 완주하고 쿨다운 걷기로 전환하는 순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보슬비였는데 금방 굵어졌다. 걸으면서 비를 맞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달리는 동안만 딱 맞춰서 그쳐 있었다는 게 우연인 걸 알면서도, 오늘 뛰길 잘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가기 전에 망설인 10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10분 동안 나간다 만다를 고민하는 대신 그냥 신발 신고 나왔으면 됐는데. 러닝을 오래 이어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신발부터 신어라. 그날 밤 소양강에서 그 말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비 오는 날 야간런, 주의할 것들

비 오는 날 달릴 때 신경 써야 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노면이다. 소양강변 러닝 코스는 포장이 잘 돼 있는데, 비가 오면 일부 구간에 물이 고인다. 속도를 줄이고 발 딛는 위치를 확인하면서 달려야 한다.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러닝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가 끝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러닝화다. 젖은 상태로 계속 달리면 발에 물집이 생기기 쉽다. 두꺼운 양말을 신거나 발에 물이 덜 차는 통기성 좋은 러닝화가 유리하다. 세 번째는 시야다. 야간에 비까지 오면 시야가 확 좁아진다. 가로등이 있는 구간 위주로 달리고, 어두운 구간은 페이스를 줄이는 게 맞다. 통풍이 있는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챙기는 게 있다. 비 맞고 달리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관절이 뻣뻣해질 수 있다. 달리기 전 워밍업을 평소보다 조금 더 해주는 게 좋다. (소양강변 야간러닝이 어떤 코스인지 궁금하면 → 23화 "춘천 소양강변 러닝 코스 추천" 참고)

비 오는 날 달린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

54일 동안 달리면서 기억에 남는 러닝이 몇 개 있다. 15km를 처음 완주한 날, 날파리 군단을 뚫고 10km를 버텨낸 날, 그리고 이날. 셋 다 공통점이 있다. 완벽한 조건이 아니었다. 최장거리 도전은 몸이 무거운 날이었고, 날파리 러닝은 입속으로 벌레가 들어왔고, 이날은 비가 내렸다. 좋은 날 달린 기억은 흐릿하다. 힘든 조건에서 달린 기억은 선명하게 남는다. 그게 달리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연료가 된다. 오늘 날씨가 별로라서 달리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날, 나는 이날 밤 소양강을 떠올린다. 뛰는 동안만 비가 그쳤던 그날. 그 기억 하나가 나를 신발 끈 앞으로 데려간다.

비는 달리기의 방해물이 아니다. 그날 소양강이 그걸 알려줬다.

 

42화에서는 러닝을 시작하고 36일 만에 누적 100km를 돌파한 날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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