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일, 36일차. 5km를 달리고 나서 나이키런클럽 앱을 껐는데 누적 거리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00.09km. 100km를 넘겼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100km라는 숫자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오늘 5km, 오늘 10km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100km가 쌓여 있었다. 그날 밤 한참을 그 숫자를 들여다봤다.
100km가 얼마나 긴 거리인지 실감한 방법
춘천에서 서울까지가 약 80km다. 내가 달린 거리가 춘천에서 서울을 넘어서 수원 언저리까지 간 셈이다. 그걸 두 발로 달렸다. 36일 동안.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3km를 뛰고 무릎에 손을 짚고 헐떡이던 사람이. 솔직히 말하면 그날까지도 내가 러너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살 빼려고 달리는 아저씨였다. 근데 100km라는 숫자를 보면서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이건 취미가 아니라 습관이 됐다는 신호 같았다. 취미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거고, 습관은 안 하면 뭔가 빠진 것 같은 거다. 36일 전부터 달리는 날이 없으면 저녁이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게 100km가 만들어준 변화였다.
100km까지 오는 동안 고비가 몇 번 왔나
첫 번째 고비는 2주차였다. 초반 의욕으로 달리던 게 가라앉으면서 귀찮음이 올라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살이 빠지는 속도도 느려지고, 달리는 게 재미보다 의무처럼 느껴졌다. 그때 버틴 방법은 단순했다. 거리 목표를 낮췄다. 10km 대신 5km만 뛰고 오자. 5km는 부담이 없으니까 일단 나가게 됐고, 나가면 대부분 10km까지 달렸다. 두 번째 고비는 통풍 재발을 의심했을 때였다. 발등이 아파서 러닝을 멈추고 며칠을 쉬었다. 알고 보니 신발끈이 원인이었는데, 그때 며칠 공백이 생기면서 다시 시작하는 게 처음만큼 어려웠다. 그냥 나갔다. 생각하면 안 나가게 되니까. 세 번째 고비는 날파리 습격이었다. 6km부터 입속으로 날파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냥 뱉으면서 달렸다. 10km를 완주했다. 이 세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100km가 됐다.
100km 돌파 당일, 5km 스퍼트런이었다
100km를 돌파한 날 기록이 재밌다. 거창한 10km 완주가 아니라 5km 스퍼트런이었다. 페이스 5분 22초, 칼로리 455kcal. 그날따라 몸이 가벼웠다. 5km를 목표로 나갔는데 처음부터 페이스가 빨리 나왔다. 억지로 올린 게 아니라 몸이 알아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36일 동안 쌓인 게 그날 분출된 것 같았다. 5km를 마치고 앱을 봤을 때 누적 거리가 100km를 넘긴 걸 확인했다.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로 달린 날에 100km를 찍은 게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36일 전 첫날 5분 50초대로 헐떡이며 달리던 사람이 5분 22초로 5km를 마쳤다. 같은 거리, 같은 코스, 같은 사람인데 30초 가까이 빨라졌다. 100km가 만들어낸 변화였다.
100km를 달리면서 실제로 바뀐 숫자들
100km 돌파 시점 기준으로 숫자를 정리해 봤다. 체중은 90kg에서 82.5kg으로 7.5kg 빠졌다. 페이스는 5분 50초대에서 5분 20초대까지 올라왔다. 케이던스는 꾸준히 17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번도 통풍 발작이 없었다. 이 숫자들이 100km의 결과물이다. 근데 숫자로 안 잡히는 것도 있다. 아침에 알람 전에 눈이 떠지는 날이 늘었다. 저녁에 소파에 누워도 안 달리면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아들이랑 나갔을 때 안 힘들다. 회식 다음 날도 몸이 개운하다. 이런 것들이 저울에 안 찍히는 100km의 진짜 변화다. 다이어트 때문에 시작한 러닝이었는데, 100km쯤 됐을 때 이미 목적이 바뀌어 있었다. 살 빼려고 달리는 게 아니라 달리는 게 좋아서 달리는 쪽으로.
100km 다음 목표, 7월 한 달 100km
누적 100km를 찍고 나서 다음 목표가 생겼다. 7월 한 달 동안 100km를 달리는 것. 월간 목표를 세운 건 처음이었다. 누적 거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합산이라 언젠가는 다 채워지는데, 월간 100km는 한 달 안에 달성해야 하는 거라 긴장감이 다르다. 7월 1일 기준 이미 달린 거리가 있으니까 역산하면 남은 날 동안 얼마를 더 달려야 하는지 계산이 된다. 이 목표가 잡히고 나서 달리기 계획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됐다. 이틀에 한 번 달리는 게 기본이었는데, 월간 목표를 맞추려면 좀 더 촘촘하게 가야 했다. 목표가 생기면 달리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다. 그게 100km 이후에 내가 배운 거다. (7월 100km 도전 결과는 43화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100km는 숫자가 아니다. 36일 동안 귀찮음을 이기고 신발 끈을 묶은 횟수다.
43화에서는 7월 한 달 100km 도전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 전부 공개할 예정이다.
쫘니아빠 ver 2.0,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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